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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주말


어느 평온한 오후. 
그녀는 비로소 자신이 무너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햇살은 여름의 온기를 전하며, 카페 안에는 익숙한 멜로디가 흘려들어왔다. 
그녀는 카페의 마감 시간이 1시간 정도 남았다는 것을 알았는데, 

그것이 그녀에게 남은 어떤 시간적인 요소들을 일으켰다. 

그녀의 어딘가엔 계속 경고음이 울렸지만 
지금 이 공간의, 이 평온하고 아무 변화없는 삶들을 관조하는 것이 그녀에게 어떤 유희를 불러왔다.

더욱 나아갈 수 없는 것들을 바라보면서도, 지금의 이 주말의 시간이 그녀의 나날에 어떤 보금자리가 되기에는 너무 벅찬 사람들의 이야기들 사이에서,
그녀는 더욱 방황할 수 없는 삶들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아주 길고 긴 시간의 여정에서 그 앞을 기대하던 버릇이 무엇인지 가물가물 하다는 것을 느꼈다.

어떤 4살 무렵의 아이가 가질 수 없는 것을 떼쓰는 것을 바라보면서, 그녀는 무엇을 소유 하려던 습관도 잊어가면서, 
지금의 그녀의 삶을 구성하는 것들을 잃을거라는 두려움과 그것이 그녀를 명명한다는 것에도 약간의 우울을 느꼈다.

이제 그녀는 무엇을 그녀의 삶에 더 추가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어떤 것을 지워내야 하는 것인지를 모를 만큼, 
삶이 왠지 모르게 거창하게 시작하면서도 그것은 점점 휘발하는 무엇처럼 느껴졌다. 

알게모르게 떠나보내는 사람들을 기억하지 않으려는 습관도, 
때론 누군가에게 매정해야 했던 나날도, 보이지 않는 어떤 것들에 대해 대화를 건네보는 순간도,

그녀는 그런 것들이 아주 일찍 무언가를 향해 나서지 않아도 되었던 오늘의 오후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 덧 없다고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을 그렇게 명명하는 동시에, 
그녀는 그녀의 그간의 삶이 모두 소멸될지도 모른다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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